
안녕하세요. 서비나라입니다.
기업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하다 보면 가장 흔하게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바로 "이거 종이 원본 없어도 진짜 괜찮은 겁니까?"라는 질문입니다.
분명 2020년, 정부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을 개정하며 "전자문서도 종이문서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라고 천명했습니다. 논리대로라면 사무실의 캐비닛은 텅 비어야 하고, 우리는 태블릿 하나로 모든 결재와 감사를 처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여전히 중요한 계약서나 증빙 서류는 스캔 후 '이중 보관'하는 기업이 대다수입니다. 도대체 왜 법이 바뀌었는데도 현장의 종이는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 오늘은 그 구조적인 이유와 현실적인 쟁점을 짚어보겠습니다.
1. 법은 바뀌었지만 '개별법'의 장벽은 높다
가장 큰 이유는 법 체계의 충돌과 해석의 모호함입니다. DX 실무자로서 이 부분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법령 해석의 3단 구조 (Legal Guardrail)
조문 요지 (Fact):
개정된 전자문서법은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즉, 별도의 규정이 없으면 전자문서도 유효합니다.
효력 범위 (Interpretation):
이는 상법이나 민사소송법 등에서 요구하는 '서면'의 요건을 전자문서가 충족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종이 보관 의무가 사라진 셈입니다.
실무 주의점 (Caution):
단,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금융, 건설, 의료 등 특수 분야의 개별 법령이나 감독 규정에서 여전히 "원본 서면을 비치하라"고 명시하거나, 감독 기관이 관행적으로 종이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결국, 기본법이 열려 있어도 실무 부서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규제 위반"을 피하기 위해 종이를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2. '진본성(Originality)' 입증의 부담과 비용
종이를 버리려면, 내가 가진 전자파일이 "위·변조되지 않은 원본임"을 100%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비용과 기술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무결성 증명의 어려움: 일반적인 PDF 파일은 수정이 쉽습니다. 법적 분쟁 시 "이 파일이 작성 당시의 원본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신뢰스캔과 공인전자문서센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임스탬프(TSA)' 기술이나 '공인전자문서센터(공전소)' 보관이 권장됩니다.
하지만 공전소 이용은 보관 비용이 발생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창고 보관료 vs 공전소 이용료 및 시스템 구축비"를 저울질하게 됩니다.
Insight: 많은 기업이 초기 구축 비용과 매년 발생하는 유지 비용 때문에, "그냥 창고에 쌓아두는 게 싸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는 DX를 비용 관점으로만 접근할 때 생기는 전형적인 오류이기도 합니다.
3. "감사 나오면 어떡해?" 관행과 인적 저항
사실 기술이나 법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의 습관'입니다. 제가 팀장으로서 현업과 소통할 때 가장 많이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감사 및 감독 관행: 외부 회계 감사나 세무 조사, 감독 기관의 검사가 나올 때, 감사인들은 여전히 종이 서류를 넘겨보며 확인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니터로 보여주세요"라고 하면 불편해하는 경우가 실무에선 꽤 빈번합니다.
책임 회피 심리: 담당자 입장에서는 전자문서 시스템 오류나 해킹 리스크를 지느니, 확실한 물증인 종이를 남겨두는 것이 마음 편한 선택입니다.
💡 결론: 완전한 페이퍼리스로 가는 길
전자문서법 개정은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지, 모든 '장애물'을 치워준 것은 아닙니다. 종이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단순히 스캐너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다음 단계가 필요합니다.
법무 검토 선행: 우리 회사의 문서가 적용받는 개별 법령(상법, 국세기본법 등)을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프로세스 혁신: 종이를 스캔하는 것이 아니라, '태생적 디지털(Born Digital)' 문서로 생성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변화 관리: "종이가 없어도 안전하다"는 것을 내부 구성원과 경영진에게 데이터로 설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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